부산시가 6년간 폐업 상태였던 삼정더파크를 478억원에 인수해 공립동물원으로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부산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 직접 동물원을 운영하는 것인데, 현직 사육사로 20년 가까이 일해온 제 입장에서 이 소식은 단순한 행정 변화 그 이상으로 느껴졌습니다.
공립전환, 동물원에 무슨 변화가 생기는 걸까요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기대보다 궁금증이 먼저 생겼습니다. '공립'이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해서 동물원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현장에서 직접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전환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부터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부산에는 1964년 금강동물원, 1982년 성지곡동물원, 2014년 삼정더파크가 차례로 문을 열었지만 모두 민간 운영이었고, 결국 적자를 버티지 못해 폐업했습니다. 민간 운영의 한계는 구조적입니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시설 보수도, 인력 확보도, 동물 복지 프로그램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 중 한 곳도 운영이 불안정해지면서 행동풍부화(Behavioral Enrichment) 프로그램이 가장 먼저 축소됐습니다. 행동풍부화란 동물이 자연 상태에서 하던 행동을 시설 안에서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해주는 관리 방식입니다. 동물의 심리적 건강과 직결되는 핵심 복지 요소인데, 예산이 빠듯해지면 가장 눈에 안 띄게 사라지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이번 공립 전환에서 주목할 부분은 부산시가 비전으로 내건 '자연 서식지형 숲 동물원'입니다. 이는 동물을 좁은 우리 안에 전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동물 종별 특성과 군집 행동을 반영한 서식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방향입니다. 군집 행동(Grouping Behavior)이란 같은 종의 동물이 무리를 이루며 생활하는 본능적 행동 패턴을 말하는데, 이를 반영한 사육 환경은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연스러운 행동 표현을 가능하게 합니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구현하려면 공간 재설계부터 전문 인력 배치까지 상당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공립 운영이 이전과 달리 이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까요? 제 경험상, 안정적인 예산 구조가 뒷받침될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민간과 달리 공립은 수익성에 관계없이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유리합니다. 부산시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운영비 75억원을 미리 편성한 것도 그런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힙니다.
동물복지, 말이 아닌 현장에서 증명되는 것
동물복지(Animal Welfare)라는 말이 요즘 많이 쓰이는데, 정작 이게 현장에서 어떤 의미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동물복지란 단순히 동물을 '잘 대우하자'는 감정적 구호가 아니라, 동물이 신체적·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체계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뜻합니다. 국제적으로는 '다섯 가지 자유(Five Freedoms)'라는 기준을 씁니다. 굶주림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부상·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고통으로부터의 자유가 그것입니다.
제가 직접 봐온 현실은 이렇습니다. 운영이 안정된 기관에서는 이 다섯 가지를 기준 삼아 사육 환경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할 여지가 생깁니다. 반면 재정이 불안한 곳에서는 노후 동물사 보수조차 미뤄지고, 수의사 상주 여부도 불안정해집니다. 삼정더파크가 폐업한 2020년 이후 6년 동안 동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관리됐을지, 사육사 출신인 저로서는 그 공백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부산시가 발표한 공립동물원 운영 방향에서 눈에 들어온 항목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노후 동물사 개선: 기존 철창 중심의 사육 시설을 동물 종별 습성에 맞게 개선
- 서식 공간 재배치: 군집 행동과 영역 행동을 반영한 공간 구성
- 숲 해설 프로그램 및 어린이 동물 복지 교육: 단순 관람을 넘어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콘텐츠
- 영남권 거점 동물원 지정 추진: 질병 관리, 검역, 긴급 보호 동물 수용 등 광역 동물 복지 허브 역할
- 서울 어린이대공원 능동동물원과의 동물 교류 체계 마련
계획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항상 실행 단계에서 생깁니다. 정책은 회의실에서 만들 수 있지만, 동물의 작은 변화는 매일 동물을 마주하는 사육사와 수의사가 가장 먼저 감지합니다. 운영 계획 수립 과정에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가 얼마나 담겼는지가 결국 이 동물원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부산시가 10월까지 '동물원 정상화 및 운영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출처: 부산광역시 공식 홈페이지), 이 용역 결과에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육사가 바라보는 공영동물원의 가능성과 조건
공영동물원(Public Zoo)이란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동물원으로, 수익보다 공공성과 교육적 역할에 초점을 맞춥니다. 국내에서는 서울동물원, 대전동물원, 광주동물원 등이 공영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이 민간 동물원에 비해 안정적인 이유는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예산 구조 자체가 수익 변동에 덜 흔들리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운영이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이런 것들이 가능했습니다. 사육사가 특정 동물의 행동 변화를 기록하고, 그 데이터를 수의사와 공유하며 예방적 건강관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아프고 나서 치료하는 게 아니라 아프기 전에 미리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자리 잡으려면 인력이 충분하고 이직률이 낮아야 합니다. 동물 관리는 연속성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사육사가 동물의 개체별 특성을 파악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립니다.
이번에 부산시가 영남권 거점 동물원 지정을 추진한다는 점도 의미 있게 봅니다. 거점 동물원으로 지정되면 환경부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종 보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생깁니다. 종 보전이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동물원이 협력하는 체계로, 단순한 전시 기능을 넘어 동물원이 생태계 보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역할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서는 현재 일부 동물원만 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부산이 영남권 거점으로 자리 잡는다면 지역 내 동물 복지와 종 보전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싶습니다. 공립 또는 공영이라는 형태가 좋은 동물원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공립임에도 예산 삭감이나 관료적 운영 방식 때문에 동물 복지가 뒷전으로 밀린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종합정보시스템이 공개하는 동물원 관리 기준과 실태 데이터는 앞으로 부산 공립동물원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결국 공립이냐 민간이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예산을 확보하고 전문 인력을 유지하며 동물복지를 실제 운영에 반영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산 공립동물원은 언제 개장하나요?
A. 부산시는 2025년 10월까지 '동물원 정상화 및 운영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무리하고, 2026년 정식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운영비 75억원이 편성된 만큼 운영 공백 없이 준비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시설 정비와 동물 상태에 따라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Q. 삼정더파크에 있던 동물들은 지금 어떻게 됐나요?
A. 삼정더파크가 2020년 폐업한 이후에도 일부 동물들은 해당 부지에서 관리를 받아왔습니다. 부산시가 운영권을 인수한 이후 동물 수용 상태를 확인하며 서울 어린이대공원 능동동물원과의 동물 교류 체계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동물 현황은 기본계획 용역 결과와 함께 공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공립동물원이 민간 동물원보다 동물 복지가 더 좋은가요?
A.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공립은 수익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장기적인 동물 복지 투자가 가능한 구조이지만, 예산 편성과 전문 인력 운영이 실질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립도 민간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운영 주체보다 얼마나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입니다.
Q. 영남권 거점 동물원으로 지정되면 어떤 점이 달라지나요?
A. 거점 동물원으로 지정되면 환경부로부터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공식 자격이 생깁니다. 또한 권역 내 다른 동물원의 질병 관리, 검역, 긴급 보호 동물 수용 등 광역 동물 복지 허브 역할도 맡게 됩니다. 단순한 관람 시설이 아닌 생태 보전 거점으로 위상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Q. 부산 공립동물원 입장료나 운영 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A. 아직 공식 발표된 입장료나 세부 운영 방식은 없습니다. 2025년 10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완료된 이후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공립동물원 사례를 참고하면 시민 친화적인 요금 체계를 갖출 가능성이 높지만, 확정된 정보는 부산시 공식 발표를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부산 공립동물원이 내년 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현장에서 일해온 사람으로서, 저는 이번 전환이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좋은 동물원 하나가 생기면, 그 안에서 동물을 돌보는 사람도, 그 동물을 보며 자라는 아이도, 그리고 동물 자신도 달라집니다. 부산 공립동물원의 행보가 앞으로 다른 지역 공영동물원에도 긍정적인 기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참고: https://supple.kr/news/cmm1c1izr002gye7dbk5u5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