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법적 지위 -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토론회! (동물 비물건화, 감응력, 동물복지 관련)

동물은 지금 법적으로 '물건'입니다. 반려견이 교통사고로 죽어도, 법원에 가면 소파 하나가 파손된 것과 같은 틀로 처리됩니다. 이 사실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인지를 매일 피부로 느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틀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동물이 '물건'이라는 현실, 실제로 어떤 문제가 생기나

현행 민법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法的 地位)는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적 지위란 법률관계에서 어떤 존재가 어떤 자격과 보호를 받는지를 결정하는 근거입니다. 동물은 이 규정 자체가 없으니, 결국 재산법의 틀—소유권, 점유, 손해배상—안에서 다뤄집니다. 재산법이란 물건이나 재산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 체계를 뜻합니다.

문제는 이게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입니다. 반려동물이 수의 과실로 죽었을 때, 소송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배상액은 그 동물의 '시장가격'이 기준이 됩니다. 오래 키운 믹스견이라면 시장가격이 0에 수렴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최근 법원은 이런 경우에도 위자료(慰藉料)를 인정하는 판례를 내놓고 있습니다. 위자료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게 법률로 명문화된 게 아니라, 판사 개인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비슷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접한 적이 있습니다. 동물원 개체가 관리 과실로 폐사했을 때, 그 동물의 가치를 어떻게 산정하느냐를 두고 내부에서도 혼선이 있었습니다. 희귀종이면 그나마 감정가가 나오지만, 그게 아니라면 수십 년을 키운 동물이라도 재산적 가치를 매기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물이 '살아 있던 존재'라는 사실은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비물건화를 넘어 '감응력 있는 생명체'로 규정해야 하는 이유

법무부는 현재 민법을 개정해 동물을 비물건화(非物件化)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물건화란 동물을 법적으로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건이 아니다'라는 부정적 규정은 동물이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퀘벡 등 여러 나라는 동물을 '감응력 있는 생명체(Sentient Being)'로 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감응력(感應力)이란 고통, 기쁨, 두려움 같은 감각을 느끼고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저는 이 개념이 현장 경험과 가장 잘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던 개체와 격리되었을 때 먹이를 거부하던 동물, 낯선 사육사에게는 경계를 늦추지 않다가 친숙한 사육사를 보면 먼저 다가오던 개체들. 이것들은 단순한 조건반사가 아닙니다. 스트레스 반응(Stress Response)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개체가 환경 변화에 심리·생리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동물이 감응력을 가진 존재라는 건, 저에게는 이미 오래된 사실이었습니다.

법적으로 이를 명시하면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요.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후속 입법 과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반려동물 귀속 기준의 법제화 — 이혼이나 분쟁 시 동물의 '최선의 이익'을 기준으로 귀속을 결정하는 기준
  2. 동물등록제의 보호·관리 책임 중심 개편 — 등록이 소유권 증명이 아닌 돌봄 책임의 근거가 되도록
  3. 반려동물 손해배상 특칙 마련 — 감정적 피해를 법률로 인정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
  4. 사육자 적격성 심사체계 도입 — 동물을 기를 자격과 환경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
  5. 강제집행 제한 — 채무 문제로 동물이 압류 대상이 되는 상황을 막는 규정

이 중에서 저는 사육자 적격성 심사가 가장 현실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동물을 키우겠다는 의사만 있으면 제도적 검토 없이 가능하지만, 환경과 역량을 사전에 확인하는 체계가 생기면 유기동물 문제와 학대 예방에도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제도가 따라와야 한다

동물의 법적 지위를 바꾸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감응력 있는 생명체'라는 표현이 민법에 들어간다고 해서, 당장 현장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이 저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우려입니다.

이계정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강조한 것처럼, 한국은 성문법 국가입니다. 성문법이란 법관의 판단이나 관습이 아니라 문서로 제정된 법률이 우선하는 체계를 뜻합니다. 판례가 먼저 바뀌더라도 법률이 따라오지 않으면, 결국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고 법적 안정성이 흔들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 개정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저도 공감합니다.

그런데 법 조항 하나를 바꾸는 것과, 그 법이 실제 동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움직임은(출처: 농림축산식품부) 그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반려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 동물원 동물을 포괄하는 기본법이 생긴다면, 각각의 영역에서 따로 논의되던 기준들이 하나의 원칙 아래 묶이게 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진전입니다. 그동안 동물원 동물에 대한 복지 기준은 반려동물 논의에 비해 항상 뒤처졌습니다. 동물원수족관법이 있지만, 이것이 동물복지 전반을 아우르는 원칙과 연결되지 못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반려동물 중심의 논의가 확장되어 동물원 동물과 야생동물까지 고려되길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민법 개정 관련 논의는(출처: 법무부) 아직 여론수렴 단계이지만, 방향 자체는 분명히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육 환경 기준 강화, 학대 처벌 현실화, 보호시설 운영 개선, 사육사 교육 체계화까지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동물복지, 감정의 문제가 아닌 기준의 문제다

동물을 특별하게 대우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현장에서 이 점을 자주 강조합니다. 생명체의 특성을 이해한 기준으로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종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이 다르고, 필요한 환경도 다릅니다. 같은 포유류라도 사회성이 높은 종은 격리 자체가 심각한 스트레스 원인이 됩니다. 이런 특성이 법과 제도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감응력 있는 생명체'라는 문구는 결국 빈 말에 가깝습니다.

행동풍부화(Behavioral Enrichmen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동물이 본능적 행동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해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관리 방식입니다. 제 경험상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을 때 동물의 반응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새로운 환경 요소를 제공하면 호기심을 보이며 탐색하고, 먹이 활동이 늘고, 정형행동(일정 패턴을 반복하는 스트레스 행동)이 줄었습니다. 이런 변화를 눈으로 보고 나면, 동물을 단순히 관리 대상으로만 바라보기가 어렵습니다.

동물복지를 이야기할 때 '반려동물 중심'으로만 논의가 흘러가는 경향이 있는데, 제가 일하는 동물원 동물은 그 논의의 바깥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과 제도가 실제 동물의 삶에 가닿으려면, 반려동물뿐 아니라 전시동물, 농장동물, 야생동물을 폭넓게 아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동물복지기본법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물 비물건화가 민법에 반영되면 반려동물 관련 소송에서 실제로 달라지는 점이 있나요?

A. 법률이 개정되면 반려동물 피해 시 위자료 청구의 근거가 판례가 아닌 법률로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더라도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이 날 수 있는데, 법률로 명시되면 일관성이 생깁니다. 다만 손해배상 특칙 등 후속 입법이 함께 이루어져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Q. '감응력 있는 생명체'라는 표현을 법에 넣으면, 동물에게 권리가 생기는 건가요?

A. 동물을 권리의 주체로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권리 객체가 아니라 보호·관리 책임의 대상으로 재구성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쪽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감응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동물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특성을 고려한 보호와 관리 기준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Q. 동물복지기본법이 생기면 동물원 동물에게도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나요?

A. 현재 동물원은 동물원수족관법으로 별도 규율되는데, 기본법이 만들어지면 반려동물 중심으로 형성된 복지 논의가 동물원 동물에게도 원칙적으로 적용될 기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기본법이 선언적 수준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육 환경 기준이나 행동풍부화 의무화 같은 구체적인 하위 규정이 함께 마련되어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봅니다.

Q. 사육자 적격성 심사를 도입하면 반려동물을 키우기가 어려워지는 건 아닌가요?

A.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있는 반면, 사전에 환경과 역량을 확인하면 유기동물과 학대 문제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동물을 기르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적절한 환경과 기준 없이 키우는 것이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더 어려운 결과를 낳는 경우를 더 많이 봐왔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 현실적인 제도가 될 수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동물을 둘러싼 법과 제도가 바뀌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법 조항 하나가 바뀐다고 현장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배운 사실입니다. '감응력 있는 생명체'라는 표현이 실제 동물의 삶에 닿으려면, 그 문구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기준과 제도가 함께 만들어져야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입법 과정을 꾸준히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여론수렴 단계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는 제도를 만드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현장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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